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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4. 분신들
'나'는 순이의 분신이 골목의 그늘진 곳마다 자리한 것을 본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높은 곳에서 분신을 발견한다.
분신
(혼잣말처럼, 하지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내 엄마의 이름은 분례였어요. 변소에 갔다가 똥 위에서 낳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어요. 갓 낳은 아기라서 간난이, 어린 여자 아이라고 언년이로 불리는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그것은 되려 좋은 이름이었을까요. 아닐걸요. 어렸을 때는 똥례라고 불렸다고 하니.
나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간 거요?
다른 분신
(큰 소리로 외치며) 일자리를 구하려고요!
나
뛰어내릴 생각은 하지 마세요!
(눈치를 살피면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건데요?
또 다른 분신
지도를 만드는 일.
멀리로 떠나서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일.
나
무엇을 잘 하시는데요?
분신들
김장.
다른 분신
한 번에 김치를 열 두 가지도 담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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