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선착장에서

[sound on]

장면7. 파뿌리

00:00 / 06:53

풍선이 흔들리고 있는 주변에

검게 놓인 자리에 살짝 앉아봐.

 

파뿌리처럼 보이는데....

 

아, 파뿌리는 교도관이었어. 

80년대에서 90년대를 거치는 시기에 일했지. 그는 자신을 탐험가라고 불렀어. 동료들은 그 어디로도 떠나지 않는, 심지어 출퇴근도 걸어서 하는데다 틈만 나면 눈을 감고 졸고 있는 그가 허풍쟁이라고 여겼어. 그는 교도소에서 10분 거리에 살았거든. 

그의 탐험이 정말 허풍이었냐고? 그랬다면 돌멩이 줍기 클럽에 어울리지 않지. 그의 탐험은 그저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그는 퇴근 후에 매일 집 도로 쪽으로 놓인 의자에 비슷한 모습으로 가만히 앉아 있었어. 눈을 감고…, 눈을 감고…, 가만히. 그리고 듣는 거야. 매일 다른 소리를. 한 번도 같지 않은 소리를. 어떤 날에는 가장 멀리에 있는 소리를 들어, 눈을 감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해서 멀어지는 멀어지는 소리를 찾아 가는거야. 다른 날에는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안고 가만히 들어 몸에서 나는 소리를. 그의 탐험은 한 번도 멈춘적이 없지.

지금도 하고 있어.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요양 병원에 누워서도  그는 매일… 매일….  탐험을 해.

파뿌리가 한 것처럼, 

우리도 지금 여기에는 무슨 소리가 있는지 들어보자.

 

이제 착용하고 있던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벗어 봐. 

bottom of page